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스트레스 지수가 보글보글 끓기
시작할 때 하는 3가지가 있다.
나가서 10,000보 걷기,
카메라 들고나가서 사진 찍기,
그리고 책 읽기.
맞지 않거나 맘에 들지 않는 책은
가차 없이 알라딘에 팔아버리지만,
두 번 이상 읽고도 아직 얻을 게
더 있다고 느껴지거나, 언제든지
꺼내서 또 읽고 싶은 책은 종이가
누렇게 되도록 소장하는 편이다.
그런 책들 중 하나가
조훈현 님의 고수의 생각법.
초급이지만 바둑을 쬐끔은 알기에
아주 단순한 팬덤에서 이 책을
집었고 그게 벌써 8년 전이다.
조훈현.
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기사.
그냥 어릴 때 TV에서 그가 중국에서의
대회를 치르고 우승해서 카퍼레이드를
했던 걸 TV에서 봤고, 그 이후로 나는
바둑=조훈현 공식을 갖게 되었다.
어떤 사람은 이창호,
또 다른 어떤 사람은 이세돌...
나는 조훈현이다.
교보에 갔을 때 봤던 저 표지.
아마 제목도 안 봤을 가능성이 높지만.
조훈현 이 세자 만으로 책을 결제했다.
나는 고수의 생각법을 애장(愛藏) 한다.
이는 조훈현 9단 때문이 아니다.
요즘 시대에 가장 부족한 것 중 하나.
바로 생각의 근육을 자극하기 때문.
"그 근성이란, 바로 생각이다. 해결할 수
있다는 긍정성, 반드시 해결해야겠다는
의지, 그리고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데에
꼭 필요한 모든 지식과 상식, 체계적인
사고, 창의적인 아이디어. 이 모든 것을
포괄하는 개념을 나는 '생각'이라고
부르고 싶다."
나는 아빠가 된 주변 지인들에게
이 책을 몇 권 선물했었다.
인생을 살며 가장으로서 여러
수들과 마주했을 때 우리가
내려놓을 수 있는 돌은 '생각'이라고
믿었기 때문이고, 이 책에 녹아있는
고수의 지혜를 바둑판 옆에 앉아
지켜보듯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.
되는대로 사는 것보다
생각하면서 사는 게 더
좋지 않은가?
"내 것이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포기해야
한다. 때로는 더 큰 이익을 위해 아끼던
돌을 희생할 줄도 알아야 한다."
아직은 마흔 중반 즈음의(?) 나이지만.
이제는 스물, 서른의 나와는 다르게,
선택과 집중으로 '증명'을 해야 하는
시기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.
인생이란 게 결국 주어진 시간,
즉 판 안에서 놓을 수 있는 돌의
수가 한정적이다. 때문에 내 것이
아니다 싶으면 애써 그걸 붙들고
있을 게 아니라 더 가치 있는 수를
위해 희생이란 선택을 해야 한다.
고수의 생각법을 처음 접했던
30대 중반, 나는 저 문장에 쉽게
공감하지 못했다. 과감히 포기할 게
아니라 과감히 추진해서 내걸로
만들면 되는 거 아닐까...
마흔 중반을 향해가는
요즘 나의 머릿속에는 온통
저 문장이 가득 차있다.
다시 읽는 고수의 생각법은
전혀 다른 울림을 준다.
"실패의 기억 따위는 지워라"
나이가 들수록 뒤를 돌아보니
실수하고 실패했던 순간들이
참 많은데, 그걸 극복하는 방법은
뒤가 아닌 앞으로 나아가는 게
최선이라고 느낀다.
바둑을 두고, 복기를 하면서
패인을 들여다보면 아차!
싶은 지점들이 있다. 상대의
공격을 간과한 나의 약함
때문에 비롯된 것이다.
그 지점에서 아무것도
얻지 못하고, 나아 가지도 못하면
남는 건 화밖에 없다.
나라도, 역사도,
사회도, 정치도...
"뭔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고독 속으로
들어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"
고수의 생각법에서
좋아하는 문장이다.
근데 아이러니 하게도,
사실 이 대목은 추상적으로
다가오기도 하고, 아직 내가 이룬 게
없어서 일까. 오롯이 느끼기에 다소
내 소양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.
이 말을 머리는 이해하지만
성취의 지점에 도달하지 못했으니
이 문장을 내 것으로 만들기엔
나는 아직 부족하다.
최근에 나는 고수의 생각법을
두 번 더 읽었다.
처음 이 책을 사들고 집에 와서
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
드는데,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
한 가지가 있다.
여전히 누군가에게 선물하고
싶고, 권하고 싶은 책이라는 점.
깊은 생각이 되레 민폐가 된
이 시대에, 절실히 필요한 지혜가
담긴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된다.
으른 말 잘 들으면
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데,
이 책은 몇 번이고 더 읽으면서
고수의 말을 잘 들어야겠다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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